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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20대 박사 절반이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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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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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주는 가장 높은 학위나 그 학위를 딴 사람이 박사(博士)다. ‘넓게 아는 선비’라는 뜻의 박사(Doctor)는 라틴어 ‘가르친다(docere)’에서 유래했다. 과거 전문 학자나 기술자에게 주던 벼슬 이름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박사들의 왕성한 활동이 이루어진 시대는 신라 신문왕 때다. 서기 682년 국학(國學)에 박사와 조교를 둬 각종 경전과 문학·역사를 가르치게 했다. 박사가 가문의 영광이자, 출세의 보증수표였던 때가 있었다.

이젠 길거리에 박사들이 넘쳐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2025년 전국의 대학원에서 배출한 박사 학위 취득자는 총 1만9831명이다. KEDI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9년(연 5586명) 이후 최다 인원이다. 10년 전인 2015년과 비교해도 51.6% 증가했다. 2010년 1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이제는 2만명을 앞두고 있다.

고학력 박사는 늘어나는데 상당수가 마땅한 직업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2025년 2월과 2024년 8월 박사 학위 취득자 1만4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재직 중이거나 취업자는 66.7%에 그쳤다. 10명 중 3명이 백수라는 얘기다. 이른바 ‘청년 박사’에게 고용시장은 더 혹독했다. 20대 박사 둘 중 하나가 무직이었다. 20대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중 절반이 넘는 51.1%가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임금도 기대 수준과 현실은 차이가 컸다. 희망연봉은 ‘4000만원 이상~6000만원 미만’(29.3%)이 가장 많았지만, 실제 취업자 중 가장 많은 연봉 구간은 ‘2000만원 이상~4000만원 미만’(27.2%)이었다. ‘박박(薄博·저임금 박사)’이라는 조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정부와 대학의 잘못도 크다. 박사의 1차 흡수처인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전임교원을 줄였다. 교육부의 2025년 통계를 보면 고등교육기관 내 전임교원은 8만6701명으로 전년보다 617명(0.7%) 감소했다. 정부의 학부 등록금 규제 탓에 대학은 대학원 등록금을 올려 수입을 메운다. 대학원이 학위의 질적 제고보다는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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