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은 거칠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발언이었다. 적극적이고 직설적이었던 전임 이복현 원장과 비교해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다만 현장에 있던 기자는 다소 의아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허용한 건 금융당국이기 때문이다.
마치 다른 사람이 한 일인데 이를 미처 막지 못했다는 듯한 유체이탈식 화법을 구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애초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한 명분 중 하나는 해외로 빠져나가던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돌리겠다는 것이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증시 부양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금융당국은 해외 투자자들을 국내로 복귀시키기 위한 각종 조치를 내놨다. 당국의 노골적인 압박에 주요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투자 이벤트가 사라진 것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도입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문제는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투자 수요를 차단하고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했지만, 돌아오는 듯했던 서학개미들은 다시 미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로 향했다. 환율 효과도 없었다.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50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이 원장도 “홍콩에 상장된 레버리지 ETF 수요를 국내로 환류시키기 위해 도입했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금융당국이 부작용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금감원은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 유의사항을 안내했고, 상장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소비자경보도 발령했다. 최근 두 달 동안 금융당국이 배포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보도자료만 5건에 달한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실보다 득이 클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금융위 위원들은 부작용 대비책을 주문하면서도 “이렇게 좋은 상품을 도입한 노력에 감사하다”고 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었고 금융당국 역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장 부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 셈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은 금융당국이 국민들에게 대놓고 투기하라고 판을 깔아준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우려가 현실이 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자의 92%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극심한 변동성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출렁이는 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누리고 있는 곳은 거래 수수료로 돈을 벌고 있는 증권사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를 위해 유료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금융투자협회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금투협만 웃게 되는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걸까. 그게 아니라면 코스피가 불과 1년 만에 5000포인트 넘게 오르는 것을 보고 잔칫상을 벌일 게 아니라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에 더 집중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국내 주식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들었다는 비판만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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