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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오디세우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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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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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혹 신들 중에서 어떤 분이 또다시 포도주빛 바다에서 나를 난파시킨다 해도 가슴 속에 고통을 참는 마음이 있기에 나는 참을 것이오.” 그리스 이타카의 군주 오디세우스는 오랜 억류 끝에 불멸의 삶을 주겠다는 칼립소의 제안을 거부하고 이같이 말하며 인간의 길을 선택한다. 신이 되는 길을 마다하고 다시 파란만장의 인간 운명을 택하는 이 장면은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핵심적 장면이다.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경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10년의 모험과 고난을 담고 있다.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와 마녀 키르케, 세이렌의 유혹 등 숱한 사건을 겪는 험난한 여정 끝에 고향 이타카로 돌아와 자신의 자리와 아내를 탐하려 한 108명의 구혼자를 처단한다.

이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원작으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오디세이’가 국내에서 개봉 12일 만에 누적 관객수 4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이는 올해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왕과 사는 남자’를 비롯해 ‘호프’, ‘군체’ 등 다른 화제작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빠른 흥행 속도라고 한다. 이런 여세를 몰아 원작 책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영화 ‘오디세이’는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줄거리와 흐름을 따라가지만, 적지 않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영화에서 신들은 거의 사라지고 인간들의 이야기가 된 데다가, 오디세우스도 영웅이 아닌 죄책감 가득한 인간으로 그려진다. 특히 오디세우스가 칼립소의 제안을 거절하는 장면에서도 오디세우스 대사가 다음처럼 칼립소 대사로 바뀌기도. “폭풍에 네 몸을 맡겨. 포세이돈에게 널 내어주란 말이야. 그리고 네가 받을 벌을 받아들여. 통제하려는 투쟁을 멈추고.”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는 칼립소의 섬을 떠나 초라한 뗏목에 몸을 싣고 고통과 죽음이 도사린 바다로 나아가는 오디세우스. 그가 가려는 곳은 결국 늙고 병들고 언젠가 죽는 인간의 길이다. 그는 왜 영원의 삶을 거절하고 필멸의 삶을 선택한 것일까. 과연 파란만장의 운명 앞에서 오디세우스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당신은, 아니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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