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립유공자의 묘소를 단장하는 데 980만원이 들었다. 국가가 지원한 돈은 얼마였을까. 250만원이다. 나머지 730만원은 유족이 부담했다. 묘소 진입로를 만들고, 주변에 울타리를 치느라 돈이 더 들었다고 한다. 2018년 중국 지린성 훈춘에 안장된 김남극 지사의 사례다. 2017년 미국에 안장된 김희찬 지사도 묘소 단장 비용은 600만원. 국가 지원은 250만원, 유족 부담은 350만원이었다.
국외 독립유공자 묘소 단장 사업은 해외에 안장된 독립유공자의 묘소를 정비·보수해 독립운동의 흔적을 보존하고 추모하기 위한 사업이다. 국가보훈부는 훼손된 묘지를 보수하거나 상석·비석을 설치하고, 봉분을 정비하거나 묘역 내 울타리를 교체하는 등의 비용을 지원한다. 사업비는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기념하기 위해 정부가 운용하는 순국선열·애국지사사업기금에서 집행된다.
보훈부는 묘소 단장에 필요한 실비를 최대 250만원까지 지원하고, 이를 초과하는 비용은 유족이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보훈부는 국내 산재묘소 단장 비용 200만원에 국외 물가 등을 고려해 250만원의 지원 한도를 정했다고 설명한다. 1995년 사업을 시작할 당시 지원 한도는 200만원이었는데, 2014년 250만원으로 인상된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처음엔 왜 250만원까진가 궁금했다. 충분한 설명을 듣진 못했고 상황에 따라 지원 금액을 넘어선 사례도 있었다. 유족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있다는 점도 의아했다. 독립유공자 묘소 단장은 단순히 개인이나 유족을 위한 지원이라기보단 우리가 기억하고 보존해야 할 역사를 돌보는 일이다. 독립유공자의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장소로서의 가치도 크다. 묘 하나 단장에 수억원이 드는 것도 아닐 텐데, 이 정도 비용조차 다 부담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오히려 이런 일이라면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예우의 하나로, ‘공짜로 해줘도 모자랄 판 아닌가’ 싶었다.
이유를 찾아가다 보니 눈에 들어온 건 따로 있었다. 문제는 유족이 돈을 얼마나 부담하느냐에만 있지 않았다. 묘소 단장 사업이 실제로 이뤄지는 과정 자체가 ‘실태조사 후 신청’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절차는 이렇다. 보훈부에서 해외에 안장된 독립유공자의 묘소를 실태조사하면서 현장을 직접 확인한다. 조사 과정에서 단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유족이나 재외공관 측에 개별적으로 안내하고, 이후 신청을 받아 지원 여부를 검토한다. 공식적인 사업 절차 역시 ‘단장 지원 신청→요청사항 검토 및 승인→단장 실시→단장비 지급’ 순서다. 최근 10년간 관련 기금 집행 건수가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게 이와 무관치 않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국외 독립유공자 묘소 단장 사업비 집행 건수는 7건이다.
본지 취재 결과 그동안 해외에 흩어진 독립유공자 묘소의 관리와 발굴, 훼손된 묘소의 보수 지원, 유족과의 협의를 통한 유해 봉환 업무를 실무인력 1명이 맡아왔다. 9월 기준 파악하고 있는 국외 독립유공자 묘소는 712기. 이 중 실제 안장 위치가 확인된 묘소는 242기이고, 나머지 470기는 유족 증언이나 관련 자료 등을 통해 소재를 추정할 뿐이다. 보훈부는 국외 독립유공자 유해의 발굴·봉환과 현지 자료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내년 예산안에 신규 인력 3명 증원을 반영했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 삶을 바친 이들의 마지막 자리를 국가가 먼저 찾아 살피고 있는지,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되물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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