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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술 미뤄 병만 키운 STX… 정부·정치권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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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5 21:45:15 수정 : 2016-05-25 21: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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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부실 쌓여 법정관리로
골든타임 허송세월하면
한국 경제 침몰 불가피
한때 세계 4위 조선소를 구가하던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어제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열어 이달 말까지 자율협약을 종료하고 법정관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정짓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추가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으며, 회사도 회생 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STX조선은 2013년 이후 3년간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통해 공동관리를 해왔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조선업에 아무런 식견이 없는 채권은행 경영진과 금융당국이 부실을 도려내는 정공법보다는 임기 중 손실을 회피하는 미봉책으로 일관한 탓이다. 그 사이 채권단이 쏟아부은 돈만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지원을 받고도 적자가 커지고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부실 기업으로 전락했다. 구조조정을 미룬 채 수혈만 해오다 병만 더 키운 꼴이다.

늑장 구조조정으로 부실을 키운 STX 사태는 산업 재편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반면교사다. 그제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 전망치를 2%대로 낮추면서 구조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KDI의 주문은 확고하다. “지금은 외환위기 직후보다 대외여건이 더 안 좋은 상황이어서 단순히 한계기업 몇 개를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 재편과 신성장 동력 확충 등까지 감안해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저성장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런 우려가 최근 잇따르고 있지만 기업 구조조정은 도무지 진척이 없다. 조선·해운업계만 하더라도 말만 요란한 상황이다.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 마련조차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임단협에 돌입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이런 마당에 여야 정치인들은 노조원들을 만나 사탕발림 약속만 남발한다.

우리에게 구조조정이 가능한 ‘골든타임’은 대선전이 시작되기 전인 7개월 남짓이다. 정부는 하루속히 구조조정 청사진과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과 노조의 이해를 구하자면 부실을 초래한 경영진 문책과 고강도 자구노력은 필수적이다. 시간을 질질 끌면 비극은 STX 하나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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