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타워] 문재인이 비우고 채워야 할 것

관련이슈 세계타워

입력 : 2016-06-28 21:13:51 수정 : 2016-06-28 22:37:0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진영논리 벗고 큰 정치 펴야 진정한 국민통합 리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요 업적이다. 진보진영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으면서도 국익을 위해 결단을 내린 ‘통 큰 정치’의 산물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진보진영의 비준 반대 목소리가 거세진 탓이다. 보다 못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섰다.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아 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FTA가 잘못이라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환기 부국장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그의 발언은 울림이 컸다. 한·미 FTA 반대로 돌아선 유시민, 정동영, 손학규 등의 소신 바꾸기와 대비돼 더욱 그랬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주군은 이 세상을 떠났지만 변함없이 ‘충성심’을 보여주었다”며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문 전 대표는 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결심하면서 한·미 FTA 반대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등과의 공조를 위한 ‘정치공학적 좌클릭’이었겠지만 진영논리에 다시 갇힌 그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문 전 대표가 18대 대선에서 패한 것은 진영 논리에 매몰된 행보와 말 바꾸기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었을까.

자기 진영만 바라보는 협량의 정치는 국민 갈등과 분열의 주범이다. 생각이 다른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큰 정치다. 국민 통합의 지름길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국립서울현충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처음으로 참배한 뒤 “갈등을 끝내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국민통합 행보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그는 지난 11일 SNS에 올린 글에서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지상의 세월호’에 비유하며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라고 쓴소리를 했다. 정작 책임이 있는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런 견강부회도 없다. 박 시장이 책임이 없다면 괜히 고개 숙여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겠는가.

전형적인 편향 발언이요. 자기 진영 감싸기다. 문 전 대표가 강조하는 통합과 화합의 정치가 그저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에 머물러선 안 될 일이다. 19대 대선의 시대적 화두는 국민통합과 양극화 해소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여권의 대권 후보로 떠오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고려한 계산된 행보로 봐야 한다. 19대 대선에서 통합 리더십 경쟁은 불문가지다. 문 전 대표는 야권 지지율 1위의 유력 대선 후보이다. 그러나 표의 외연 확장 없이는 당선은 언감생심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3일 네팔로 출국해 3~4주간 머무른다.

출국을 앞두고 그는 “도를 닦고 오겠다”고 말했다. SNS에는 “많이 걸으면서 비우고 채워서 돌아오겠다”는 글을 남겼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문 전 대표가 비울 것은 진영논리에 경도된 생각이고, 채울 것은 국민통합의 실천적 의지다. 대통령 꿈을 이루려면 내키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이다. 문 전 대표는 네팔에서 제대로 도를 닦고 돌아올 것인가.

김환기 부국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