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1년 시작된 남북전쟁은 백인만의 전쟁이 아니었다. 흑인 18만여명이 자유를 위해 싸웠다. 노예폐지를 찬성한 북군도 전쟁 초기에는 흑인에게 무기를 쥐여주는 것을 내켜 하지 않았다.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이 있고 나서야 흑인 자원자들로 부대 구성이 가능해졌다. 매사추세츠 54연대는 존 앤드루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쇼 대령을 선택해 처음으로 만든 흑인 부대였다. 와그너 요새 공격으로 용맹성을 널리 떨쳤다. 부대원 1007명 중 살아남아 보스턴공원 승전 행사에 참석한 인원은 598명뿐이었다.
남북전쟁에 참전한 흑인 노병들에게는 소원이 있었다. 자신들 이야기가 잊히지 않고 기억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1915년 처음으로 박물관 건립 제안이 나왔다. 당시만 하더라도 100년 가까이 걸릴 거라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예산과 부지 문제로 지지부진했다. 하기는 50여년 전만 하더라도 백인과 흑인이 버스를 따로 탈 정도였으니 흑인을 위한 공간 마련이 어디 쉬운 일이었겠는가. 보수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박물관 건설 관련 법안에 서명한 게 2003년이다. 5년 뒤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 탄생을 예감했을까.
엊그제 워싱턴 내셔널 몰에 위치한 국립흑인역사문화박물관이 개관했다. 노예와 차별의 역사, 흑인 문화를 보여주는 곳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개관식에 참석한 부시 대통령은 “위대한 나라는 역사를 감추지 않는다. 항상 결함을 직시하고 그것을 바로잡는다”고 말했다. 역사를 외면하는 일본에 그대로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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