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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골프는 일부 부유층의 사치스러운 운동의 대명사였다. ‘접대 골프’가 물의를 빚어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골프 인구가 500만명을 넘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힌 골퍼들의 수요가 급증한 데다 20·30세대 골프 인구가 늘어서다. 지상파에서 종편까지 각종 골프예능이 인기몰이 중이다. 개그맨, 가수 등이 운영하는 골프 채널이 넘쳐난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골프 전성시대’다.

햇빛이 있으면 그늘이 생기는 법.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잇속에 눈먼 골프장들의 갑질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부킹대란’에 그린피는 부르는 게 값이다. 지난해 성수기 때 주중 20만∼25만원, 주말 28만∼37만원까지 치솟았다. ‘2년 전 가격에 10만원을 더하면 올해 가격이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카트비, 캐디피도 슬그머니 올렸다. 방역을 이유로 외부 음식물 반입을 차단했는데 식당 음식값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자장면 1만5000원, 국밥 2만원이다. 이용자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골프장 횡포를 알리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등에 따르면 국내 259개 회원제·대중 골프장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제주도 제외)은 31.8%에 이른다. 대중제 골프장은 영업이익률이 50%에 육박한다. 대중제 골프장은 개별소비세가 면제되고, 재산세 등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회원제 골프장이 ‘돈이 되는’ 대중제로 속속 전환하면서도 회원제 골프장보다 이용료가 비싼 ‘역전현상’까지 빚어진다.

정부가 어제 ‘골프장 이용 합리화 및 골프 산업 혁신 방안’을 내놨다. 회원제·대중골프장의 이분 체제를 회원제·비회원제·대중형 삼분 체제로 개편하고, 고가 대중골프장에 대해서는 세제 적정성을 재검토해 그린피 할인을 유도한다고 한다. 캐디, 카트를 선택할 수 있는 ‘착한 골프장’도 늘리겠다고 했다. 가격은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게 맞다. 하지만 1999년 골프 대중화 정책으로 감면받은 세액이 이용자가 아닌 골프장 주머니만 채워준 건 정부 책임이 크다. ‘호구’로 전락한 골퍼들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선한 규제’는 필요하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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