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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빛공해 민원’ 매년 수천건… 과태료 처분은 3년간 6건뿐

입력 : 2024-03-21 18:09:01 수정 : 2024-03-22 0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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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인공조명 피해 호소 ↑
관련 손해배상 소송도 활발

행정처분까지는 사실상 어려워
일각 빛공해방지법 실효성 지적
“제재 수위 강화해야” 목소리 커져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요즘 밤마다 잠을 설치고 있다. A씨 집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아파트 공사현장에 밤새 켜진 야간 조명 때문이다. A씨는 “새벽이 밝을 때까지 공사장이 낮처럼 환하게 밝혀져 있다”며 “커튼을 쳐도 빛이 새어 들어와 잠을 잘 수 없다”고 호소했다.

 

A씨의 사례처럼 인공조명에 의한 피로감이나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해마다 늘고 있다. 이 같은 ‘빛공해’를 막기 위한 방지법이 2013년 시행됐지만, 지난 3년간 관련 법으로 과태료를 처분받은 사례는 전국에서 단 6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 속에 전문가들은 빛공해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의 AI 이미지 크리에이터

21일 환경부에 따르면 빛공해로 전국에서 접수된 민원은 2019년 6605건에서 2022년 7574건으로 3년 만에 14.7%가량 증가했다. 정부의 제1차 빛공해방지종합계획이 시행된 2014∼2018년에는 연평균 5730건의 민원이 접수됐는데, 2차 계획이 시행된 2019∼2022년에는 민원이 연평균 26%나 늘었다.

 

빛공해가 늘면서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2022년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 B씨는 옥상에 설치된 조명으로 빛공해에 시달렸다며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했다. 판결을 내린 부산지법 민사11부(재판장 전우석)는 “수인한도(참을 한도)를 넘는 빛공해로 원고가 수면방해, 커튼을 개방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압박감 등의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례에도 정부가 빛공해방지법을 근거로 과태료 처분에 나선 사례는 지난 3년간 6건에 불과하다.

 

세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을 통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빛공해에 따른 과태료 처분은 2021년 0건, 2022년 3건, 2023년 3건뿐이었다.

 

2022년으로 좁혀서 보면 민원이 접수된 7574건 중 지방자치단체가 개선명령이나 과태료 처분에 나선 경우는 60건으로 0.8%에 불과했다. 과태료 부과 건수만 따지면 0.03%(3건)다.

 

지난 3년간 과태료 처분 사례를 보면 최근 전국에 우후죽순 설치되고 있는 전광판에 관한 과태료 처분이 3건으로 가장 많았다. 아파트 외벽 장식 조명, 옥외 체육공간 조명, 간판 조명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는 각각 1건씩이었다. 환경부는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은 지자체별로 시행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환경부에 민원 접수 현황을 알릴 의무가 없어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조명에 대한 개선명령, 사용 제한, 사용정지 등 행정조치를 취하려면 과태료를 3회 이상 부과해야 한다.

 

김중권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태료 납부 처리가 소극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행정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행된 지 10년이 넘은 빛공해방지법에 대한 시민 인식 수준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공단이 2022년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빛공해 관련 국민 인식조사’에서 빛공해방지법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81.7%에 달했다. 반면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은 18.3%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법이 현실 속에서 살아 있으려면 대국민 인식 제고를 위한 관계 부처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시민 단체 등과의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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