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군심리전단은 대북 심리전 수행을 위해 1991년 3월 창설됐다. 자유세계의 실상과 외부세계의 소식을 전파해 북한군의 귀순을 유도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임무를 수행한다. 군 당국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년 6월 국군심리전단의 임무 및 기능을 대대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당시 북한과의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6월15일부터 대북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와 전광판, 입간판을 완전히 철거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조치다. 풍선을 이용한 전단 및 물품 살포 중단도 합의됐고, 국군심리전단이 제작·송출해온 라디오 방송 ‘자유의 소리’ 역시 중지됐다. 그러다 이명박정부인 2010년 5월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방송은 재개됐다.
자유의 소리가 어제부로 약 15년 만에 전격 중단됐다. 국방부는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라고 설명했는데, 이로써 대북 선전 매체는 사실상 KBS 한민족 라디오 하나만 남게 됐다. 하루 30분만 방송하는 영국 공영방송 BBC의 월드서비스와 대북 민간단체 등에서 하루 2∼3시간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 민족통일방송은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북한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앞서 미국 정부가 운영하던 미국의소리(VOA) 방송,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어 국가정보원이 운영하는 대북 라디오 방송까지 지난 7월부터 끊어지면서 대북매체 라디오 방송량이 8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제는 명맥만 유지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한반도 상황이 악화하면 북한 주민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잃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잇단 대북 방송 중단을 경계했다.
1989년 11월9일 무너진 베를린 장벽은 결국 독일 통일로 이어졌다. 서독 공영 ARD방송이 붕괴 당일 오후 8시 메인 뉴스에서 장벽 개방 소식을 보도한 게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동독 주민의 80%가 서독 TV를 시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평화’라며 유화책을 앞세운다. 대북 방송이야말로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수단으로, 우리 군이 자랑하는 강력한 비대칭 전략자산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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