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근로·국방·납세는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4대 의무다. 국민인 동시에 공무원인 이들에게는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에 따라 무려 16개의 의무사항이 추가된다. 이 중에는 1949년 국가공무원법 제정 당시 도입된 ‘복종의 의무’가 있다. 57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찰, 군대, 공무원 조직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의 명령에 따르는 ‘상명하복’과 같은 의미다.
공직사회에 ‘복종’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것부터가 어이가 없다. 흔히 ‘복지부동’ 하면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주의를 비판하는 단어로 쓰인다. 괜히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다가 날벼락이 떨어질까 봐 몸을 사리는 공직사회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관료들의 복지부동과 보신주의가 얼마나 심했으면 법으로 복종 의무를 정했을까 싶기도 하다.
복종 의무를 위반한 통계를 봐도 권위적인 공직사회의 단면이 드러난다. 최근 4년간 중앙부처 공무원 가운데 복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징계를 받은 66건 모두가 6급 이하라고 한다. 공직사회 한쪽에서는 아래 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간부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간부 모시는 날’ 관행도 여전하다고 한다. 상급자의 손에 진급·승진이 좌지우지되는 공직사회의 서글픈 현실이다.
공직사회의 효율적 운영을 고려하면 복종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부당한 명령까지 이행해야 하는지는 별개 문제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결국 인사혁신처가 76년 만에 공무원의 복종 의무를 없애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복종의 의무’ 표현을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 등으로 바꾸고, 상관의 지휘·감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거나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소신껏 일할 풍토를 만들겠다는 취지는 나무랄 데 없다. 다만 위법한 명령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자의적 판단이 나올 때마다 업무 지연 등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복종 의무를 없애는 것도 좋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폐청산을 빌미로 관례처럼 해오던 공무원의 업무처리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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