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판결 만들려 재판부 변경하나
법원장 회의 "제도 개편 위헌성 심각"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내란특별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내란·외환죄 재판 지연 제한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내란특별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기소된 내란 재판을 별도의 특별 재판부에 맡긴다는 것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동일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등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내란 재판이라고 해서 다른 재판과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 내란 혐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형인 엄중한 범죄다. 그럴수록 재판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내란특별법은 이런 헌법 원칙에 배치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조희대 사법부와 윤 전 대통령 내란 사건을 심리 중인 현 재판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선진 법치국가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로 재판부를 바꾸는 나라가 있나.
내란특별법은 위헌 논란 조항 투성이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추천 권한을 헌법재판소와 법무부, 판사회의에 부여한 조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의 사법부 독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내란죄와 외환죄, 반란죄로 유죄가 확정된 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사면 감형, 복권을 금지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 또한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사면권과 충돌한다. 비상계엄 관련자들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평등권과 무죄 추정의 원칙 같은 법치의 원칙을 얘기하는 것이다.
내란전담재판부가 구성되면 윤 전 대통령 등 관련 피고인은 내란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헌법소송으로 맞대응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럴 경우 내란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중단된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민주당은 내란·외환죄 혐의 재판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있더라도 재판을 정지하지 않도록 하는 또 다른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도 위헌 논란을 낳고 있다. ‘위헌 법안’의 맹점을 또 다른 ‘위헌 법안’으로 보완하겠다고 나선 격이다.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서 법관이나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도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런 법안들이 다 통과되면 판사는 권력과 여론의 눈치를 보게 된다. 헝가리나 베네수엘라 등의 독재정권이 이런 식으로 사법부를 길들였다.
5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원장급 인사 43명은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논의 끝에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법 왜곡죄 신설 법안은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면서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과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우려를 엄중히 인식한다”면서 “관련 사건의 선고가 예정된 상황이므로 국민들께서는 사법부를 믿고 최종적인 재판 결과를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민주당의 사법개혁과 관련,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그 결과는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면서 “사법제도 개편은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이론과 실무를 갖춘 전문가의 판단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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