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와 더 밀착… 한국은 무시
트럼프 방중, 변화 이끌지 관건
인내심 갖고 남북관계 풀어가야
2025년 한반도 정세는 큰 변화를 겪었다.
남한은 윤석열정부에서 이재명정부로 정권이 바뀌었다. 정권교체는 북한에 접근하는 기본적 태도의 변화를 의미한다. 윤석열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정권의 종말”, “즉각적이고 압도적이며 결정적 대응” 등을 경고하며 강한 압박 정책을 펼쳤다. 이재명정부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된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북한을 대화,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 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변화의 뚜렷한 징표가 현재의 통일부다. 통일부는 지난달 남북 교류 및 회담 기능을 복원시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남북 회담, 교류·협력, 재가동을 추진 중인 개성공단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남북회담본부, 평화교류실, 평화협력지구추진단이 되살아났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다지며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탄탄히 했다.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한동안 냉랭하던 양국 관계는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5000여명의 군대를 파병하면서 러시아와는 ‘혈맹’의 관계를 단단하게 했다.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서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톈안먼광장 망루에 나란히 선 것은 북한의 국제적 위상 강화, 세 나라의 밀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중대한 변화다.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풀 수 있는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독재자 김정은’에 개인적 호감을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걸 꺼리지 않는 인물이다. 지난 10월 한국 방문을 앞두고는 “그(김 위원장)를 만나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말했고, 심지어 북한 방문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김 위원장 역시 1기 집권 당시의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좋은 추억”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남한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북한의 태도다. 남북한을 동족이 아닌 상호 적대적인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관계로 규정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2023년 공식화한 이후 북한은 무모하고 도발적인 자세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국가적 정체성이자 ‘신성한 보루’로까지 격상시킨 핵무기에 대해선 더더욱 그렇다. 세계일보가 올해 북한이 미국을 향해 내보낸 메시지 58건을 분석한 결과를 두고 한 전문가는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만 상대한다. 같은 비핵화 이야기를 한국이 하면 아예 무시해 버린다”고 진단했다.
이 모든 것을 품고 새해 2026년이 내일 시작한다. 어떤 격동과 파란이 한반도에 휩쓸지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북한을 대화,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4월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두 초강대국 지도자의 만남이 북한의 태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그것이 꽉 막힌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만들어 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하면 자신이 ‘페이스메이커’를 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에서 작동할 것인지도 가늠해 볼 수 있겠다. 물론 미·중 정상회담이 바라는 것처럼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북한의 태도로 봐서는 기대처럼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는 전혀 다른 접근을 하고 있는 이 대통령은 “북한이 자꾸 피하면 쫓아가서라도 말을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가지 유화책으로 북한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바보’라고도 했다. 긴 안목으로 인내심을 갖고 접근하자는 의미다. 원칙을 강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바늘구멍’이라도 찾자고 했다. 내년 남북관계 관전 포인트는 이 바늘구멍 찾기가 성공할지 여부가 아닐까. 바늘구멍을 찾고, 그것을 키워 한반도에 훈풍이 크게 부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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