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통 큰 양보로 구조적 개혁 이뤄야
오늘 하루가 지나면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는다. 꼭 1년 전, 필자는 을사년(乙巳年) 원단에 ‘정치 복원’을 바라는 간곡한 마음을 담아 이 지면에 칼럼을 썼다. 1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결과는 참담하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 전체가 진영논리로 갈라져 서로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처럼 지냈다.
세계는 우·러 전쟁이 4년째 계속되고 있고, 팔·이 전쟁 속에 중동이 화약고처럼 꿈틀거린다. 북한의 우·러 전쟁 참전 결과는 핵, 미사일, 원자력잠수함 등 전략무기의 고도화로 나타나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 미국의 갈등도 수면 위로 나타날 기세이고,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기능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은 자유무역에 기반을 둔 개방적 국제경제 체제의 종말을 재촉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넘어 미국 유일주의로 전환되고 있다. 올해부터 10년간 매년 200억달러의 현금을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데, 43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 중 가용외환은 400억달러 남짓한 우리에겐 큰 부담이다. 달러 환율이 치솟고 IMF가 재정건전성에 경고하고 나선 것은 우리가 경제위기의 문턱에 있음을 지적하는 신호일 뿐이다.
국내 상황도 심각성을 더해간다. 노란봉투법으로 하청기업 노조가 원청기업에 직접 노사협상을 제기할 수 있고, 노조의 배상책임을 제한한 것은 향후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재촉할 가능성이 높다. 청년의 수가 급감하고 있는데도 그들을 위한, 혹은 그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AI(인공지능)의 보편화는 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우리 경제는 반도체와 자동차의 선전으로 버텨 왔는데, 이로 인한 착시현상으로 별걱정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고목이 안쪽에서부터 썩어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잎이 무성한 것처럼 보이니 앞으로도 오래 잘살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다.
이처럼 2026년 대한민국은 이미 내상이 깊다. 우리에게 주어진 골든타임도 그리 길지 않다. 우리 기업인들은 세계시장에서 주요 기업들과의 경쟁을 뚫고 이겨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유로운 경쟁환경만 주어진다면 말이다. 그래서 언제나 그랬듯 당면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불행하게도’ 정치다. 이것이 불행한 이유는 권력에 눈먼 정치인들이 서로 물고 뜯는 사생결단에 빠져 도무지 나라의 미래는 돌보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를 바꾸지 않고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지금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뿐이다. 무엇보다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를 발굴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자신을 변호한 사람들, 이념에 사로잡혀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에 몰입해 공동체의 이익을 버리는 사람들, 그리고 권력을 추구해 양심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오직 유능한 인재를 발굴해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대통령은 확장적 재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의 재정 능력은 이미 한계에 달했고, 저출산 고령화로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 대통령과 생각이 다른 전문가들과의 생방송 공개토론을 통해서라도 국민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 업무보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이슈다.
AI를 비롯한 과학기술 투자가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재가 모두 의과대학으로 몰리는 현실에서 예산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우린 이미 이스라엘 다음으로 많은 연구개발 투자를 하고 있다. 인재들이 핵심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입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개혁 수준의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
끝으로 정치를 갈등과 분열에서 협치와 통합으로 바꿀 수 있는 정치개혁, 특히 개헌을 고려해야 한다. 역대 정권에서 개헌은 국면전환을 위한 정치적 카드로만 활용해 왔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실현할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 통 큰 양보로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 이 나라의 정치체제를 환골탈태시킬 구조적 개혁을 이룰 수 있다면, 이 대통령은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공고히 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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