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흔히 ‘드론 전쟁’이라 불린다. 드론이 정찰과 공격을 동시에 수행하는 모습은 이제 전장의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드론은 단순한 전술 무기가 아니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보듯 이미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9·11 이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지상군을 투입해 대반란전과 국가 건설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쟁은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고, 비용은 공식적으로 약 8조달러에 달할 만큼 천문학적 규모였다. 막대한 재정 부담과 인명 피해 속에서 미국은 더 적은 위험과 비용으로 적을 타격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해답 가운데 하나가 특수작전부대, 정밀 타격, 드론을 결합한 대테러 전략이었다.
특히 MQ-1 프레데터와 MQ-9 리퍼와 같은 드론을 활용해 미국은 알카에다, IS, 탈레반 등 테러 조직 지도부를 겨냥한, 이른바 ‘참수 작전’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테러 조직의 지도부와 핵심 연결부를 반복적으로 타격해 조직을 약화시키고 위협을 관리하는 데 있었다. 2020년 1월 미국이 바그다드 공항 인근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작전은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러·우 전쟁에서도 드론의 전략적 활용은 이어지고 있다. 양측은 드론으로 유류 저장고, 정유시설, 군수기지와 같은 후방 핵심 표적을 공격하며 상대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려 한다. 2025년 6월 우크라이나군의 ‘스파이더웹’ 작전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공군기지를 타격해 전략폭격기 전력에 손실을 입혔다.
하지만 이러한 드론의 전략적 활용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테러 조직들은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지도부를 잃었지만 계속 살아남았다. 한 사람이 제거되면 다른 인물이 그 자리를 채웠고, 조직의 이념과 사회적 기반도 그대로 남았다. 그래서 참수 전략은 종종 ‘잔디 깎기’에 비유된다. 눈에 보이는 줄기는 잘라낼 수 있지만 뿌리까지 뽑아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공격은 국제법적 논란을 낳기도 했고, 상대 세력은 이를 미국의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선전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참수 작전은 테러 위협을 억제하고 관리할 수는 있었지만, 그 국가와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 자체를 해소하지는 못했다.
러·우 전쟁에서도 비슷한 교훈이 나타난다. 드론은 전쟁의 상징적 무기가 되었지만, 그것만으로 전쟁의 판도를 결정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드론 공격이 확산되자 전자전 장비와 다층적인 방공체계가 등장하면서 초기와 같은 효과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드론을 두고 전쟁을 끝낼 새로운 수단으로 각광받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드론은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지만 전쟁 자체를 끝내지는 못한다. 전략 시설을 파괴하고 지도자를 제거할 수는 있어도 전쟁의 결과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인 수단은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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