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프로야구는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야구장은 이제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도시의 문화 플랫폼이 됐다. 비가 와도, 폭염이 몰아쳐도, 미세먼지가 심해도 경기를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는 돔구장의 필요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짓느냐’의 문제가 됐다.
한국 야구의 상징 서울 잠실야구장은 2027년부터 철거와 신축 절차에 들어가 2032년 3만석 규모의 돔구장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LG와 두산이 함께 쓰는 국내 최대 야구 시장의 중심이지만 새 구장의 규모가 3만석에 그친다는 점을 두고 “너무 작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이미 건설이 추진 중인 인천 청라돔 역시 최대 2만3000석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권에 새 돔구장이 두 개 생기는데도 4만석 이상 대형 돔구장은 여전히 없는 셈이다.
비교 대상은 분명하다. 일본 도쿄돔은 야구장 기준 4만명 이상을 수용하고, 대만 타이베이돔도 4만석 규모로 국제대회와 대형 공연을 치를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큰 돔구장은 단순히 좌석 수가 많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국제대회 유치, 관광, 공연, 도시 브랜드까지 엮어내는 복합 문화 자산이다. K팝이 전 세계를 호령하는 시대에 대한민국 수도권 대표 돔구장이 3만석에 머문다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격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잠실돔 규모가 작아진 데에는 현실적 이유가 있다. 잠실 스포츠·MICE 복합개발에 포함된 돔구장은 호텔, 업무·상업시설이 함께 들어가는 초대형 민간투자사업이다. 기존 부지에서 확장이 어렵다는 문제와 더불어 돔구장과 같은 공공 체육시설은 민간이 소유할 수 없다는 점이 잠실돔구장의 규모를 줄인 원인으로 꼽힌다. 40년 운영권이 주어진다고 해도 소유는 서울시이기에 4만석 규모로 지었을 때 비용만큼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6·3 지방선거 공약에 돔구장 건설은 단골 메뉴였다. 공약대로라면 부산을 필두로 전국 9곳에 돔구장이 새로 생길 태세다. 공약을 내건 후보들이 모두 당선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각 지역이 돔구장을 도시 발전의 상징처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돔구장은 선거용 구호로 지을 시설이 아니다. 수천억원이 들어가고, 완공 뒤에도 막대한 유지·운영비가 든다. 콘텐츠와 교통, 숙박, 상업시설, 구단 운영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돔구장은 랜드마크가 아니라 애물단지가 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많은 돔구장’이 아니라 ‘제대로 된 돔구장’이다. 수도권에는 국제대회와 대형 공연을 감당할 4만~5만석급 대표 돔구장 하나가 필요하다. 지역에는 수요에 맞는 중형 돔 또는 개폐형·복합형 야구장이 필요하다. 모든 도시가 같은 규모의 돔을 외칠 것이 아니라, 도시의 인구, 구단 존재 여부, 교통망, 연간 활용 콘텐츠, 재정 부담 능력을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돔구장은 도시의 허영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쓸 공공 인프라다. 작게 지어 후회할 수도 있고, 무리하게 지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치밀한 국가 차원의 기준과 조정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스포츠 인프라를 여전히 ‘시설’로 볼 것인지, 아니면 도시와 산업을 움직이는 ‘국가 자산’으로 볼 것인지를 돌아보며 계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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