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은 그리스는 온통 시위대로 넘쳐 났다. 당시 시위대 속에는 폴리스(police) 마크를 단 제복 차림 경찰관들도 들어 있었다. 시위대 맞은편에선 방패와 헬멧으로 무장한 경찰이 깔려 도로를 차단하고 행진을 가로막았다.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시위 경찰과 진압 경찰이 대치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에서는 경찰 노조가 종종 가두시위를 벌이거나 단체로 꾀병을 부려 출근을 늦추는 ‘태업 시위’도 한다. 유럽·미국에 경찰 노조가 있지만,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와 처한 현실이 다르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20일 ‘경찰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노조 전임자를 두고, 조합원의 임금·근무조건·후생복지 등을 정부 대표와 교섭하고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주는 게 법안의 골자다. 다만 노동 3권 중 쟁의행위에 대해선 경찰 특성을 고려해 금지하기로 했다. 경찰 노조 설립은 민생·치안 등 국가 기강을 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인데,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시대적 요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은 치안을 유지하고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업무 특성상 노조 활동이 금지돼왔다. 경찰직협은 “직장협의회는 근무환경 개선이나 일반적 고충 협의에 그칠 뿐, 실질적인 근무조건에 관한 교섭권을 가지지 못하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7월 경찰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노조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민주노총·한국노총이 연대 조짐을 보이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경찰 노조 허용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 안전과 직결된 치안 공백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윤석열정부 시절 행정안전부 내에 설치한 경찰국이 폐지되면서 경찰을 통제할 기구도 모호하다. 노조 지침에 반하는 상관의 직무상 명령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검찰 해체로 정보·무력·수사권까지 독점할 경찰 노조가 무소불위 권력집단이 될 위험도 적지 않다. 툭하면 벌어지는 대규모 시위를 경찰이 겨우 막고 있는데, 경찰마저 집단행동을 하면 누가 막나. 국민의 우려가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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